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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이유

Ending ???

 

 

 

"자신 있는 건 없어요, 결 씨. 저는 정말이지, 저에 대해 확신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어요."

 

그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 외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 같은 건 저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 외에는. 앞서 너무도 많은 사랑이 덧없이 흩어졌습니다. 흩어지고, 흩어졌습니다. 붉은 꽃잎이 날리듯 그렇게... 아, 가시란 아프네요. 가시에 찔려 아파하면서도 흩어지는 꽃잎이 각자의 색을 품었기에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을 슬픔으로 기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픔이란 그렇듯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찬란하기에. 그래서 나는 나의 상실을 슬퍼하면서도, 그들의 의지를 도저히... 네, 도저히 지지하지 않을 방법이 없었던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감염되어 돌아왔죠.

...

당신을 믿었습니다. 최선을 다하리라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지금까지를 살아낸 당신의 의지를 믿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제멋대로 품은 신뢰에 보란 듯이 답했어요. 찬란한 불빛! 그것만으로는 안 되었던 걸까요? 당신이 저를 향해 눈물 흘리고 있습니다.

 

-내가 뭐라고...

 

몇 번을 반복했던 말을, 그렇게 처음으로 힘을 잃은 듯 꺼내고 맙니다. 나 답할 말이 풍족하지는 않아요. 나는 다만...

 

"다만 당신에 대해 확신했을 뿐이니까. 이미 충분히 증명했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가진 모든 기대를 쏟아붓는 수밖에요!"

 

아, 붉은 폭죽이 터지는 것 같아. 그 빛이 영원하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잔성의 하찮은 희망. 언젠가 당신이 나에게 말했듯, 언젠가 내가 당신에게 말했듯.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준 말처럼 오래, 오래 살아가기를.

 

"나를 믿어주세요. 살아남기로, 살아가기로 약속한 사람을 두고 눈 감는 바보 같은 짓 안 해요. 그러니 약속 하나 할게요. 잊고 있어도 좋아요. 못 들은 것으로 여겨도 좋아요! 그 사이로 나는 약속 지키러 달려갈게요."

 

약속 하나로 지금껏 살아남았습니다. 그 약속은 사랑으로 번져 더이상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목숨이 되어버렸죠. 당신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한 나 또한 그곳을 향해 빛을 보탤 테니, 그러니 믿어요. 당신의 殘星은 다시금 수억의 光速으로 달려 당신에게 돌아갈 거야.

 

"우린 분명 새벽별 아래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뺨을 타고 흐르는 감정의 온도가 궁금해요. 손을 뻗어 닿는 마음이 당신 아프게 하지는 않기를. ...따뜻해라. 이 온기를 잊지 않으려 당신을 품에 안습니다. 아니면 제가 안기고 말았던가요. 하긴, 안기에는 너무나도 큰 존재였으니 후자에 가까운 몸짓이었다고 생각해요. 아- 그렇지만 당신은 이러한 행동을 민망하다 말하는 사람이었죠. 나는 웃음을 밭게 흘려요. 매정하게 밀쳐지기 전에 얼른 떨어져야겠으니! 아쉬움을 묻어두고 한 걸음 물러납니다. 벽에 기댄 당신을 뒤로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섭니다. 시간이 많지 않네요. 충돌이 끝나갈 때쯤에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어갈 거예요. 그렇지만 결 씨, 나는 당신에게 약속했으니까. 새벽별 아래서 다시 만날 거라고 당장 내일조차 불분명한 이 세계에서 선언했으니까. 먼 훗날을 그려요, 아름다운 꿈. 각자의 최선으로 생을 이어가는 거예요. 그래, 피곤한 하루였죠? 생을 잇기 위해서는 휴식 또한 중요한걸. 잘자요. 나의 커다란 生存理由.

 

 

-

-

 

 

-... ...

하늘하늘 나리는 새하얀 눈.

 

-... ...

조금씩 쌓여가는 맑은 마음.

 

-... ...

눈사람처럼 굴려봅니다, 이 마음의 종착지로.

 

 

-

-

 

 

사박, 사박.

눈 밟는 소리가 조심스레 들려왔다. 온통 새하얗기만 한 앞을 망설임없이 걸어간다. 그곳에 발자국이 찍혀있었으므로. 한참을 그렇게 걸었을까, 그는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잠시 밭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달린다.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당신에게로 돌아간다.

 

경계하는 당신에게로,

"벌써 저를 잊어버리신 거예요, 결 씨?"

 

네가 누군지 알 게 뭐냐는 퉁명스러운 대답에게로,

"그래도 한 번 맞혀보세요... 옛날에, 꽤 의미 깊은 약속을 나눴을지도 모를 사이잖아요?"

 

성큼이 다가오는 걸음걸이, 그 사이 떨려오는 목소리에게로, "너야?" 라며 묻는 그리웠던 당신에게,

"... ..."

 

눈 가리던 모자를 벗고 새벽하늘은 환히 웃었다. 잔성보다 밝게, 그 언젠가 당신에게 장담했듯이.

 

 

-

-

 

 

하나, 죽음에 대항하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의지뿐이다. 다정뿐이다. 끝없는 이해가 고통어린 찬란으로 이끌어가리라.

 

둘, 그리고 또 그려라.

산 자들의 길을 밝혀라. 그들의 웃음으로 살아가라. 그렇게 태어난 몸이다. 다만 빛이자 온기로 기억되리라.

 

다시, 하나. 나는 [삶을 포기한 존재였다].

 

그래. 아무리 아픈 순간이 찾아와도 언젠가는 봄이 올 테니. 그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온기로 놓쳤던 것을 바로잡고, 누구보다 즐거이 웃으면서 살아가자. 찾아오는 정적, 비명 속의 안식, 안온한 겨울, 그리고... 

 

당신과 함께 이 삶을 살아내고 싶다는 그러한 각오였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즐거운 마음의 축복이었다.

 

 

 

...

 

Ending X. 당신과의 모든 것이 설레도록 기대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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