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은화의 춤

그 또한 우리, [ - ]

음악 링크♪

 

"...모르겠어. 나한테 정말 그런 게 가능할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대만큼은 늘 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분들 마저도..."

 

...

 

사람과 이해에 대해 말해보지요. 당신의 걱정은 분명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었을 테니.

 

"...옛적에 제게 그리 말한 이가 있었습니다. 이해란 온전한 같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서, 타인이 아니라 함은 단지 서로의 감정 어루만지고 싶은 노력에 불과하다고. 그 노력이 어여뻐 인간은 타인을 그토록 갈구하는 거라고요."

"솔직히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동의하지 않겠다 다짐했습니다.

 

"어찌 그런 노력이 필요하나요. 인간은 홀로 살아가는 존재인데. 갈구해도 타인에 불과할 이, 어찌 감정 어루만질 수 있다덥니까."

 

저는 죗값 받아야 했으므로. 그런 편한 행복을 시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타인이기에. 완벽한 타인이기에 홀로서는 감싸 안을 수 없는 부분까지 손 뻗을 수 있다 했습니다. 그때 들었던 예시가.. 아, 그래. 두 팔을 교차해서는 완전히 감쌀 수 없었던 온몸을 타인은 안을 수 있는 것처럼요. 이 말이 헤이스에게 조금이나마 힌트 되었으면 좋겠군요."

"타인을 사람으로 받아들인 이의 증언이니, 어설프게 내 논리를 꺾는 것보다는 이게 더 신뢰가 가겠지요."

 

비슷한 말 입에 담는 이들을 무시하고, 나의 논리로 깔아뭉개며, 남은 평생을 어리석게 살겠다 약조했습니다. 어려울 것은 없었습니다. 저는 본디 그런 자였으므로. 잠시 시선을 빼앗겼던 거목의 나뭇가지 위보다는 생을 살아갈 집이 더 익숙한 법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그렇기에. 나는 네가 말한 이해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겠어. 네가 내게 축복과도 같은 저주 걸며 품었던 감정 확신할 수 없듯이. 이에 네 감정 배신감이었으리라고, 결국 그렇게라도 합리화하여 위안 삼으려 했듯이. 죄에 대한 형벌은 대단히 갸륵한 마음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습니다. 그것의 출발은 미움이기도, 죄책감이기도 했으나 분명 모종의 두려움 컸을 텝니다. 그를 속였던 제가, 감히 그의 사랑 받았을 리 없다고, 받아서는 안 되었다고.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배 이상 많으신 분이 대체 무슨 말씀을. 열여덟 이전까지 모든 기회가 배부된다는 법칙이라도 있었다면 이 세상은 지금껏 존속되지도 못했을 겁니다."

 

키득이며 웃는 장난스러움으로 당신께 건네는 말이 저의 속뜻 실어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무거운 것들은 가라앉고 가벼이 떠다니던 속뜻을. 이해가 타인의 감정 어루만지고픈 노력이라면 감히 추측하건대- 상대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채울 수 있는 기적이 그들에게는 일상 된 것이겠지요. 이해의 정의가 그러했듯이, 사람의 정의 또한 내가 지금껏 역설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입니다. 온 마음을 다해 이해하고픈 상대가 있다면 그 이가 당신의 사람 되지 않겠습니까.

 

"뭐,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헤이스 당신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사랑하고, 또 사랑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결코 놓치지 않기 위한 필수 조건을 충족시키고 있군요. 그러니 당신은-"

 

그러니까 당신은.

 

"당신에게 사람인 자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길 수 있는 자를 반드시 만나게 될 것이에요."

 

늦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저의 역할은 마무리되는 걸까요. '루체 헤이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저를 밑으로.. 기억의 밑으로 보냅니다. 미련이었다고. 이젠 놓아도 괜찮다고.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손 끝 자리했던 이질감이 가라앉았습니다. 좁아지던 시야도 평소대로 돌아왔습니다. 변화가 억제되었다면 이후는 쉬운 일입니다. 먼저 당신 손에 여럿 놓였던 제비꽃 설탕 절임 중 하나를 가져와 입에 넣습니다. 음.. 역시나 머리가 아릴 정도로 달콤한 맛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감각은 아닙니다만, 다행히 저는 표정을 꾸며내는 데에 능숙합니다.

 

"오호, 역시 드렸다 뺏어먹으니 더 맛있는 법이군요! 디저트란."

 

그리 말하며 중절모를 위로 걸쳐주면 준비는 끝입니다. 자, 당신은 모자를 뒤집어쓰기 전과 다를 바가 없는 저와 마주합니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대화를 이어가겠지요. 자연스럽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만약 정말로, 내게 나의 '사람'이 생긴다면 당신에게 만큼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을 거야."

 

음.. 이번에는 쓴웃음이 제격이려나요.

 

"저런. 저에게 만큼은이라니... 장난이 지나쳤나요?"

 

미움 받아버렸습니까- 그 말을 입에 담기도 전에 들린 또 다른 결의 목소리.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겠다니. 방금까지 제가 무슨 생각을 했는 줄은.. 모르겠지만. 몰라서 하는 말이겠지만요, ... ... 그래도. 과히 정 붙인 말이 아닙니까.

 

"예. 저 또한 기대하고 있지요. 그 날의 헤이스가 여전히 어리든 어리지 않든, 제가 당신의 말벗이 되어 그 이야기 들을 수 있기를요!"

 

그러니 너무 오래 미워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런 감정도 계속 품고 있기에는 퍽 무거울 테니까.

 

...

 

아아, 살란. 네가 내게 그러했듯이.

'은화의 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의 왈츠  (0) 2023.01.12
조각별의 희망  (0) 2023.01.02
고양이, ...?  (0) 2022.12.28
표층해류  (0) 2022.12.27
...그리고 잿빛,  (0) 2022.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