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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의 춤

바다가 보이는,

음악 링크♪

서늘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닷소리가 들려왔지요. 그리고 당신의 공감 빙자한 호기심이 귓가를 스치웁니다. 저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대체 뭘 하고 있는 거냐고.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걱정해주신 분들이 있으니까요. 지금은 이리 건강해진 몸이기도 하고요."

 

키득이는 아이를 보고 있으면, 또 그 아이가 나의 감정 서툰 말씨를 놀리듯 웃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에 대한 황당함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 아이 또한 타인에 불과한데. 지금 호기심 주었다가 선뜻 무관심 내비칠 타인에 불과할 텐데, 잘난듯이 무얼 풀고 있는 거랍니까. 

 

"그치만 당신은 내 어리광을 너무 받아주는걸~"

 

아이에게만큼은 다소 관대한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아이의 몸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 또한 의무입니다. 그 의무를 살피지 않는 자들을 경멸하여 나는 당신에게 약간의 친절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방금 내가 무얼 했습니까. 당신에게 편린이나마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의무와 당연함으로 빚어진 친절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입니다. 결코 타인에게 내비쳐서는 안 될 무언가였습니다.

 

"...셔츠는 무리라도 베스트까지는 내어드릴 수 있으니 부디 걱정 마시길. 추위를 춥다 하는 것이 어찌 어리광이 됩니까. 그리고 아이는 본디 어리광 부리는 존재입니다."

 

당신의 콧대를 손으로 톡 두드리는 동안에도 나는 결코 친절의 이유를 말하지 않습니다. 이후로도 그러하겠지요. 당신도 넘지 않은 거리를 내가 부러 좁힐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야만 고통스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들키고 말았네요. 다소 낯간지러운 감정이 아닙니까, 목소리로 표현하기에는... 호오.., 상대가 서툴러 보인다고 그리 놀리면 되겠습니까? 이러다 부끄러움에 발버둥치다 제가 나무 아래로 떨어져 버리고 말아요-?"

 

더는 나에 대해 말할 일이 없기를. 이렇듯 진실된 사유를 감출 수 있기를. 언제까지고 타인이 내게 사람 될 수 없음을 잊지 않도록... 

 

"어..? 왜 섭섭해하는 거야~ 흥얼거릴 때 음도 몇 군데 틀리고, 박자도 못 맞췄는데. 그런 건-..."

"뭐야~ 장난이었어? 진짜인줄 알았네.."

 

저 투덜대는 얼굴에, 묘한 아쉬움과 안도감에 숨겨둔 진심을 내보일 필요는 분명 없습니다. 없어야만 합니다.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이것도 들켰군요..? 음, 바다가 왈츠를 추는 것 같았다는 건 진심입니다. 봄의 왈츠니까요! 언젠가 봄이 왔을 때 다시 이곳에 올라 그 노래를 흥얼거리면, 정말로 바다가 당신에게 춤을 신청할지도 모르지요."

 

당신의 노래가 한동안 생각날지 모릅니다. 그러나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잊힐 일이에요. 조금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은, 이 시간을 오르골에 넣고 싶다는 생각은 그렇게 잊혀 어느 순간 사라져 있을 신기루랍니다. 당신도 잊어주세요. 언젠가 만났던 고양이 아저씨가 내게 그런 장난을 쳤었지- 하는 감상으로 남겨뒀다가. 그 감상마저 흐릿해져 잊도록 하세요. 아이를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직 타인이 온전한 타인임을 모를 수도 있는 당신에게 그런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과연 꼴사나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다만 알아주십시오.

 

"음, 저도 조금만 더 앉아 갈매기의 도약을 지켜보고 싶습니다만.. 당신도 이제 배가 고프지 않으십니까...? 저는 지금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기 직전입니다. 살려주세요."

"아- 내려갈 때에는 그렇게 업으면 이 상태로 넘어질 수 있습니다. 무게중심을 맞추려다 자꾸 앞으로 쏠려서. 안기시지요. 네, 동화 속 공주님처럼요! 이상하게 봐도 소용 없습니다? 저는 진짜로 안전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어요. 눈은 아까처럼 감아주시고... 그럼 갑니다!"

 

다만 알아주세요.

 

"...축제가 끝나면 당신은 이곳에 남고 저는 이곳을 떠납니다."

 

깨닫게 되실 겁니다.

 

"언젠가 당신이 저를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은 제가 당신에게 사람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스쳐지나간 호기심에 잠깐 미련이 떠올랐을 뿐."

 

난데없이 사어한 이 말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굳이 나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당신이 타인에 의해 아파할 때라면 언제든.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요. 당신을 내리며 나는 이제 축제에 대해 언급합니다.

 

자- 즐거운 여행을 다녀왔으니 돌아갈 시간입니다. 무엇을 먹을 예정입니까? 무엇이든 여행과는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겠군요.

이것만큼은 장담하지요. 여행과 귀향은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빛과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존재니까요..

 

 

 

 

 

 


*이런.. 이런 놈이라 정말 죄송합니다.. 편하게 멘답이나 스루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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